코로나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심해졌다가 좀 가라앉고 있던 시점이었다. 승건이와 승건이의 할머니 아내 그리고 나는 일식집 상품권이 생겨 점심을 먹을 겸 벚꽃 구경을 하기 위해 밖을 나섰다. 도율이와 승건이 둘 다 데려가고 싶었지만 이때 도율이는 등센서가 너무 심하게 달려있었고, 또 너무 많이 울던 시기라 둘을 같이 밖에 데리고 갔을 경우 쌍둥이 둘을 다 케어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도율이는 외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승건이만을 데리고 첫나들이를 나갔다. 마침 그 시기가 벚꽃축제 시기와 겹쳐서 우리는 점심을 먹고 잠깐 30분 정도 벚꽃 구경을 하기로 했다. 점심을 먹는 내내 아기가 울면 어떻게 하나의 고민을 하면서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를 고른 후 음식이 나와 밥을 먹는데 이상하게 승건이가 누워서 나와 할머니 와이프가 밥 먹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. 도율이에 비해 순둥순둥 하긴 하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100일이 지나고 얼마 안 지나 그런지 왠지 100일의 기적 중 하나로 느껴졌다.
식사를 다하고 바로 앞 무심천, 햇빛이 너무 좋아 눈을 찡그리는 승건이의 귀여운 모습은 담지 못했다 ㅜ
행복한 30분의 시간을 보내고 도율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채 처갓집으로 고고! 집에 들어가서 아이들 밥 먹이고, 집 정리도 하고 난 뒤 갖게 된 아이들의 목욕시간!
자기 빼놓고 나갔다 온 걸 알고 있다는 듯이 승건이나 데리고 나갔다 온 후로는 계속 뾰로통한 표정이다.
'도율아 신기하고 재밌는 곳 많이 데리고 갈 테니 오늘만 봐주라!'
그에 비해 승건이는...
어르신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을 때의 표정을 지으며 오늘 하루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.
'승건아 미안한데 다음은 도율이 차례야'
그렇게 하루가 다 지났고, 새벽마다 밥을 먹여야 하는데 둘 다 케어하기가 힘들어 승건이는 엄빠의 품에 도율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서 자는데 아마도 이 날이었을 거다. 이 날 승건이는 기적처럼 통잠을 잤다. 뭐가 이 날만큼은 도율이보다 표현도 잘 못하고, 항상 기운이 없어 보이는 승건이만을 위한 날을 만들어준 느낌이다. 둘 다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둘 중 한 명의 아이가 기운이 없고 아프면 그 날은 마음이 더 가기 마련이다. 그렇기에 이 날만큼은 도율이 보다 승건이를 조금 더 생각해 줬던 하루가 된 것 같다. 하지만 첫나들이 겸 벚꽃 축제인 만큼 둘 다 데려가지 못한 건 지금까지 마음에 걸리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. 이렇게까지 코로나가 길어질 줄 알았다면 조금 힘들더라도 둘 다 데려가 예쁜 꽃구경도 하고, 무심천 주변을 산책하고, 사진도 많이 찍을걸 하는 후회가 남았던 하루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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